지역NGO 활동가의 가치와 비전 모색
 
송재봉(충북ngo센터장)
 
 
1. 시작하며
 
세상이 참으로 어수선하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혼재되어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혼돈 그 자체이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한다. 정말 민주주의 형식적 틀 조차도 허물어지고 과거로 돌아가는 건가하는 불안함, 시민운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활동가로서 이 시국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답함도 있다.
 
지역 시민운동은 지난 1990년 이후 20년간 법∙제도개선 중심의 주창∙대변형 NGO활동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 과정에서 몇 몇 큰 단체들은 지역사회 영향력을 확대 강화하면서 충북 청주사회의 강한 시민사회를 형성하는 기틀을 만들어 왔으며, 상근활동가 일부는 지역사회 여론 주도층으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시민사회의 한 축은 마을과 사람의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계중심 운동으로 전환되어 마을공동체 만들기, 대안교육, 사회적 경제 등 순환과 공생의 가치에 기초한 자립적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동을 확산해나가고 있다. 운동의 방식도 전국단위 공동 행동을 중심으로 하는 공선협, 총선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활동이 점점 약화되고, 지역의 주체성과 주도성이 강조되는 지역 중심형 운동 의제가 부각되고 있다.
 
법과 제도 개혁운동에서 실질적인 주민의 삶의 질을 고려하는 방향, 주민과 직접 만나서 지역사회 변화를 아래서부터 만들어가는 주민주도형 운동, 사회 양극화의 심화에 대응한 주민의 생활 경제적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경제와 자립적 순환경제 운동의 확장 등 2000년 이후 시민사회운동은 위기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원인에 대한 본격적인 탐색이 필요하다. 운동의 내용과 형식의 변화는 두 가지 원인이 동시에 작용한다.
첫째는 정치 경제, 사회 환경의 변화이다. 국가권력의 시민사회에 대한 수용성, 경제성장, 국제 정치 사회환경 등이 시민사회운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시절 시민단체의 활동이 가치와 이념을 둘러싸고 대립하면서도, 거버넌스 기구 참여 문제, 정책 대안 중심성의 강화, 분권 균형발전, 주민 자치운동의 확산 등 경제민주화를 중심으로 진행된 반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들어 정치∙사회 민주화에 대한 갈등과 균열이 중심적인 의제로 부각하고 있다.
 
둘째는 운동 주체의 변화이다. 90년대 시민운동이 7~80년대 학생운동 출신들에 의해 주도되었다면, 2000년대 이후 시민운동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등 구사회운동 그룹의 충원방식이 아닌 시민운동 자체적인 공채와 인력양성 과정을 통해 새로운 운동의 주도층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의 주도세력이 주창형운동에서 민관협력에 기초한 사회적경제 운동이 병행 발전하는 현상도 시민운동 활동가들의 가치 다양성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둘은 동시적으로 발현되기도 하지만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도 한다.
 
큰 흐름은 사회구조적 문제를 주체의 집합적 활동을 통해 개선하면, 동시에 사회 구조적 변화가 운동주체의 변화 촉진하는 선순환의 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사회 경제적 구조의 변화가 반드시 주체의 능동적 변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분화와 경쟁사회가 심화되거나, 사회적 억압이 강화되면 시민운동 주체의 의식과 행동 방식이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다. 자기희생과 헌신에 기초한 적극적인 저항, 정치적 민감 이슈에 대한 회피, 자조와 협동의 가치에 기초한 공동체 영역으로 전환 등 다양한 형태로 운동의 이념과 가치가 분화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사회 운동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상근활동가 중심 운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NGO 활동가의 가치와 비전이 시민운동에 미친 영향을 고찰하는 것은 현재의 시민운동을 이해하고, 미래 시민운동의 방향을 탐색하는데 있어 매우 유의미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충북지역 NGO에 대한 현황 분석에 기초하여 지역시민운동의 일선을 지키는 활동가들의 시민운동에 대한 가치와 이념을 기초로 시민운동 참여 동기, 활동가로서의 어려움, 시민운동의 비전, 활동가의 사명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