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민운동의 분화와 그 성격 / 박영선 상세정보
한국 시민운동의 분화와 그 성격 / 박영선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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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민운동의 분화와 그 성격 /   박영선
 

 
1. 들어가는 말
 
한국 시민사회가 87년 6월 항쟁이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역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한 이래 2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시민사회가 과연 무엇인지, 한국 시민사회는 어떻게 형성·발전해왔는지에 관한 많은 이론적·실천적 논쟁이 전개되었고 여전히 여러 쟁점이 미진하게 해소된 채 현실에 그 차이의 잔영을 드리우고 있지만, 적어도 한국 시민사회가 80년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그 실체를 드러냈으며, 시민운동이 한국 시민사회의 발흥과 민주주의의 제도화를 이루어내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는 대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박상필 2003, 조효제 2004). 한국 시민사회가 독재 체제를 종식시키고 부패하고 무능한 국가권력과 투쟁하며 성장해왔다(임성호 2007:170)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시민사회의 역사는 한국 시민운동의 역사이기도 하다. 시민운동은 시민사회내에서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시민사회의 의제 설정을 주도하고 시민사회의 구조적 변동을 이끈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조대엽, 1999). 2000년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이 시민운동의 역사에서 정점을 기록한 사건이었다면, 2008년 촛불집회는 시민운동이 중대한 전환기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극적인 계기였다.
 
본 글은 지난 20여년의 한국 시민운동의 역사를 ‘분화’의 과정으로 재구성해보려는 시도이다. 지난 87년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를 ‘성장’과 ‘활성화’라는 관점을 넘어 분화의 시각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는 시민사회가 단일한 실체가 아니며, 세력들간에 갈등, 대립, 협력, 연대 등 복잡한 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정태석 2007). 89년 경실련 창립을 계기로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새로운 열쇳말이 된 시민운동은 그 자체로 한국 시민사회 분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87년 민주화 이후 과거의 재야 민주화 운동 혹은 민중운동과 목적의식적으로 차이를 드러내기 위하여 스스로를 ‘시민운동’이라는 개념으로 구별 정립하고자 했던 경실련의 시도로 인해 한국 시민사회는 87년 이전의 사회운동과 87년 이후 등장한 새로운 운동으로서의 시민운동으로 구분을 강제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경실련은 출발부터 이념과 노선에 있어 민중운동과의 차별성을 강조하였고, 민중운동 역시 새롭게 호명되기 시작한 시민운동과 연대를 모색하는 행위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분화는 때때로 대립의 양상으로 전개되었으며 이후 출범한 참여연대는 민주화운동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시민사회의 확장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진보적’ 시민운동을 표방하고 과거 재야민주화운동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맥락에서 시민운동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창립초기부터 민중운동과 개방적 연대를 지향하고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의 교량적 역할을 목적의식으로 강조하기도 하였다.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으로의 분화는 시민운동 내부에서 민중운동이라는 흐름으로 대표할 수 있는 87년 이전의 사회운동과의 단절이냐 혹은 계승이냐라는 준거 지점으로 온건·보수적 시민운동과 진보적 시민운동이라는 또 다른 분화를 초래하였다.
 
분화의 기점은 87년 이전의 민중운동에 대한 태도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운동의 의제와 핵심가치를 둘러싼 운동 영역에서의 부문별 분화 뿐 아니라 종합적 권력 감시 운동과 지역의 풀뿌리 운동 등 운동 방식과 공간 등 매우 여러 차원에서 분화하였다. 이렇듯 한국 시민운동의 역사는 끊임없는 분화의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본 글에서는 한국 시민운동의 분화의 양상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살펴보고, 분화의 질적 성격을 규명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현재적 시점에서 한국 시민운동의 분화 경향이 시민운동에 던지는 도전적 과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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