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시민교육이란 무엇인가" 상세정보
"우리시대 시민교육이란 무엇인가"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4/08/20
첨부 조회 4040


"우리시대 시민교육이란 무엇인가"

-평생학습시설 기관장들의 공부모임


by 평생학습동향리포트posted Aug 20, 2014
 

"우리시대 시민교육이란 무엇인가"
- 평생학습시설 기관장들의 공부모임 -

 

황당한 통계

 

 

공부 못하고 말썽쟁이지만 쾌활하고 위트 넘치는 아이가 종횡무진 활약하는 책. 주인공이 어리기 때문에 단순히 어린이용 도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기저에는 성인들의 무지와 허위의식을 비판하는 정서가 깔려 있습니다. 마크 트웨인의 『톰소여의 모험』 책 이야기입니다. 『허클베리핀』의 저자이기도 한 마크 트웨인은 가끔 독설을 날릴 때도 있습니다. 독설이라면 오스카 와일드도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가지고 있는데 남녀 간에 관한 독설로는 이런 말이 유명하지요. “결혼에 성공하려면 서로를 오해해야 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은 피식 웃고 넘길 수 있으나 마크 트웨인의 자서전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은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만은 없을 듯합니다. “거짓말은 3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냥 거짓말, 지독한 거짓말, 그리고 통계이다”(There are three kinds of lies: lies, damned lies, and statistics)
사람들은 대체로 숫자에 대한 원초적 믿음이 완강한 편입니다. 숫자가 거짓말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숫자를 통해 만들어지는 통계가 자칫 악용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실제로 그런 기능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통계는 표본의 양과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면조사인지 간접조사인지, 전화도 유선이냐 무선이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발생합니다. 게다가 조사 문항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서도 제법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단한 한 요인만 ‘마사지’시켜도 결과는 현실을 상당히 왜곡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과정은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통계는 전문가의 성채 안에 단단히 틀어 박혀 있습니다.
평생학습과 관련한 통계를 잠깐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OECD 국가 평균인 4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09년부터 매년 28.0%, 30.5%, 32.4%, 35.6%, 연평균 2.5%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성장 추세라면 2013년 평생학습 참여율은 몇 퍼센트 정도가 되었을까요? 평균 성장률을 고려하면 당연히 38.1% 내외 정도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2013년에는 오히려 30.2% 수준으로 하락을 했습니다. 2012년 대비 5.4%가 하락했지만 최근의 성장 추이를 반영하면 실제로는 7.9% 정도 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원초적 신뢰에 기댄다면 당연히 2013년에는 한국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이 갑자기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까지의 추세로 보거나 평생학습의 각종 요소들이 갑자기 큰 변동이 있는 것이 아닌 상황이라면 이것은 당연히 통계의 오류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라고 생각합니다.
통계는 단지 숫자를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분석과 평가 그리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본 토대로 작동하는 것이 통계입니다. 그런데 이 기본 데이터가 잘못 되었다면 응당 왜,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규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학습과 관련한 통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쌓아도 부족한 사회적자본을 허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참담한 통계

 

평생학습과 관련한 데이터 중에서 이번에는 참담한 통계를 한번 보시지요. 2012년 국가평생교육통계조사에 의하면 1년간 129,443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는데 이것을 평생학습 6진 분류표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은 구성비를 볼 수 있습니다.

 

이슈1_평생교육프로그램운영비율.jpg

▲ 평생학습 6진 분류표 기준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 비율(2012년 국가평생교육통계조사 활용)

 

 

시민참여교육의 비중은 0.1% 수준입니다. 소수점 이하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제로인 셈입니다. 즉, 한국에서 시민참여교육은 없다는 명제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시민참여교육 영역의 비중이 어느 정도 되어야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기준 혹은 합의된 내용은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평생학습 프로그램의 밸런스가 심각히 붕괴되었다는 것입니다. 혹자에 따라서는 0.1%의 수치를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현장에 몸 담고 있는 일원으로서 매우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6진 분류표의 경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몇 가지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6진 분류의 기준이 타당한 것인지가 먼저 검토될 수 있고 한편으로는 데이터를 취급할 때 현장의 실무자들이 분류표 기준에 합당한 분류 처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규명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이 통계에 대한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통계는 통계 자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그 통계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대응과 방향이 나와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논의나 방안이 무엇인지, 그것을 위한 논의 테이블이 있는지 등등에 대해 저는 아직까지 들은 바가 없습니다. 현장에 몸 담고 있는 일원이기에 응당 저 자신도 일정한 책임이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이 문제를 개인 책임으로 환원시킬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국가 단위에서, 광역 단위에서, 그리고 지방자치와 개별 평생학습기관 단위에서 고민하고 이것이 종합 정책으로 만들어져 실행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어느 곳에선가 에러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시민교육 공부모임이 만들어진 계기

 

시민교육을 생각하면 늘 가슴 한켠에 답답한 체증이 있었습니다. 그 어떤 소화제로도 해결할 수 없는 더부룩함이기에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될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세월호 참사를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평생학습의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렇기에 뭐라도 한번 해 보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평생학습 현장에 몸 담고 있는 분들과 연락을 취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민교육 공부모임을 위한 예비모임이 6월 11일에 개최되었는데 역시 이날 모인 다섯 분의 마음도 저와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느꼈고 다음과 같은 공통분모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평생학습이 말하고 지향하는 시민, 시민교육, 목표 및 기존 평생학습에서의 시민교육에 대한 개념과 이해 등에 대한 논의 및 정리가 필요하다.
  • 평생학습이 프로그램에 갇혀 일상의 학습과 괴리되어 있었다.
  • 담론 중심의 논의가 아니라 현장 중심의 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본격적인 공부모임은 7월 9일 시작되었습니다. 주로 경기도권에 활동의 장을 가지고 계신 기관장 혹은 책임자급의 참가자로 구성되었는데, 이 모임이 현장을 중심으로 논의하되 현장의 틀 안에 갇히는 것을 방지하면서 한편으로는 시야를 좀 더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제주대 김민호 교수님을 좌장으로 모시게 되어 총 12인의 인원이 멤버로 확정되었습니다. 멤버를 기관장급으로 설정한 것은 공부가 단지 담론의 논의가 아닌 현장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기에 그런 측면에서 보면 기관장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는 판단과 이런 학습 과정에서 일정한 내용을 담보하게 되면 이후 여러 단위의 현장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일종의 평생학습 측면에서의 낙수효과를 기대한 것입니다.

 

이슈2_시민교육공부모임.jpg

▲지난 8월 9일 시민교육 공부모임 사진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포럼과 자료집 제작

 

지난 7월 9일 1차 모임에서는 미니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왜 공부모임을 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기대하는지 등에 관해 서로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로의 생각과 입장을 확인해야 어떤 수준에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의 내용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토론을 진행했는데 이날 논의의 기초가 된 아티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시민교육의 신패러다임을 구헌하자」(정민승, 시민교육 제1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 「시민참여교육 발전 방안」(김민호, 한국교육학회 뉴스레터 2013년 12월호)
-. 「왼손의 종기는 누가 짜주랴」(곽형모, 시민교육 제2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 「시민교육의 과거를 바라보며 미래를 생각한다」(한숭희, 2013 시민교육 심포지엄 자료집)
-. 「자기 배려의 인간, 군자」(이희경, 문탁네트워크 2012 인문학 축제 자료집)

 

 

그리고 8월 모임에서는 사례 발표를 진행하였습니다. 현재 각 멤버들이 시민교육에 대한 인식과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사례를 통해 보편적 진리에 도달하는 귀납적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판단과 한편으로는 자신의 언어를 통해 명징하게 드러내는 것이 현재의 수준을 확인하고 향후 방향 설정에 중요하다는 생각도 작용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발표된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참가자의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시민교육 관점에서 풀어 본 케이스가 3개 있었고 그 외에는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파커 J. 파머)의 책을 통해 조망한 것과 EBS다큐프라임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를 통해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 교육의 실태를 보았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세인트존스 대학의 읽기+토론 케이스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어서 가정학습과 적극적 시민권을 연계하는 아일랜드의 사례를 보기도 했고 마을 단위의 다양한 공간과 커뮤니티가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지를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다음 9월에는 시민교육과 관련한 담론을 김민호 교수님이 발제를 하고 이어서 연관된 주제를 놓고 의견을 좁혀 볼 계획입니다. 커리큘럼은 아직 다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아니 서둘러 계획표를 작성할 마음이 별로 없습니다. 기본 방향은 설정하되 세부 내용은 논의의 수준과 진행 내용에 따라 탄력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모임의 출발은 현실에 대한 답답함에서 시작했듯 단순한 담론공부가 아닌 구체적으로 현실을 변화시킬 실사구시적 태도로 임해 생산적인 결론에 다다르고자 함입니다. 그래서 이 모임의 후반부에는 각자 자신의 현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 내용을 일정한 틀에 의해 분석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일에 우리의 에너지를 모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정한 내용이 담보된다는 전제 하에 공부모임의 내용을 포럼을 통해 많은 분들과 공유할 생각입니다. 물론 저희들의 논의 내용과 커리큘럼 그리고 텍스트들을 모아서 작은 자료집으로 만들어 필요한 분들에게 제공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 시민교육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폭넓고 활발히 이뤄지고 평생학습의 현장도 변화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으로 나오는 「머니볼」이라는 영화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우리는 우리가 평생 동안 해 온 일들에 대해 놀랄 만큼 무지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 온 일들에 대해 관습적으로 매달리다 보면 실제로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공부모임은 단지 시민교육을 잘 하기 위함이 아니라 왜 자신은 평생학습의 현장에 있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그 일에 우리는 얼마나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 등 아주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 자신의 언어로 말하고자 합니다. 그런 원초적 질의응답 과정이야말로 우리를 한 발짝 성숙 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글은 시민교육 공부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분 중에서 은평구 김미윤 관장님, 김민호 교수님과의 서면 인터뷰 내용입니다.

 

 

《은평구평생학습관 김미윤 관장》

 

정성원: 공부모임에 왜 참여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이슈3_김미윤관장.jpg

 
김미윤: 대학시절부터 시민, 시민사회라는 영역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떤 사회적 입장이나 이념과도 연관된 부분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 관심은 제게 있어서 ‘어떻게 살 것인가,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라는 문제였습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조금씩 알게 되다 보니 세상은 정말 부조리 투성이고, 그렇다고 혼자 무관하게 살 수는 없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거의 매일 이런 질문을 던졌던 것 같습니다. 혹시 명쾌한 해답이 없을까, 대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이론도 공부해보고 여기저기 헤매다가 내린 결론은 누가 답을 주지 않는다는 것,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생교육 현장에서 몇 년 간 일 해 보니 여러 종류의 가치가 충돌하는 공간임을 여실히 느끼게 됩니다. 근대와 탈근대, 관치와 자치, 개인과 공동체, 이념과 생활, 이런 것들이 마구 혼재된 상태로 각종 교육을 기획하고, 평가하고, 정책을 세우고, 예산을 집행하는 등의 일들이 굉장히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저 활력이 넘친다고 보기엔 뭔가 아슬아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지한 고민 없이 달려가는 열차에 몸을 싣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때 세월호 참사라는 압도적인 충격이 있었고, 우리 동네에서 사람들과 삶의 위협과 희망의 실마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시민교육 공부모임 제안을 받았습니다.

 

시민교육 공부모임을 제안 받아서 기뻤습니다. 길을 찾아보겠다고 나섰지만, 어느새 저도 매너리즘에 빠져 하루하루 해치우듯이 일하고 있었고 바쁘다는 핑계로 고민이 귀찮아서 미루고만 있었습니다. 이런 스스로가 부끄러웠는데, 시민교육 공부모임에서 저의 곤란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분야의 선배님들과 만나서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정성원: 평생학습기관에서 이런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김미윤: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생학습기관이 영혼 없는 일터, 영혼 없는 일꾼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정신을 깨워서 버텨야 합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사람들과 공동체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단지 수강생이나 고객이 아니고, 공동체는 단지 기관의 시장(market)이나 공략대상이 아닙니다. 사람과 공동체는 그 자체로 평생교육의 목적이자 가치이므로 끊임없이 변화를 읽어내고 의미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현장 활동가들이 ‘어떻게 성과를 낼 것인가’에만 몰두하지 않고,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할 수 있기 위해 시민과 시민사회에 대한 공부는 필요합니다.

 

 

 

정성원: 공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미윤: 세 번의 모임을 통해 시민교육 공부모임에 초대된 선생님들과 저의 고민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이런 소통을 통해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현실을 함께 바라보는 작업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지식탐구, 현실분석 이전에 이런 정서적인 교감을 통해 의지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각자 몸담고 있는 일터와 이력이 다르다보니 생각의 차이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토론이 더 진행되다보면 차이가 더 드러날지도 모르겠는데요, 그것도 의미 있다고 봅니다. 너무 같은 입장, 한 편만 있는 것도 문제에요. 대립도 하고 논쟁도 하고 서로를 치열하게 설득하는 과정에서 현장이 성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생각을 하고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잃어버린 ‘야생성’을 되찾고 싶습니다.

 

 

 

정성원: 공부모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요.
김미윤: 서로의 생각에 대한 유연한 수용이 아닐까요?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하지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공부모임은 편안하고 즐겁고 기대가 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읽을거리들이 많아 조금은 부담이 되지만 마음만은 그랬으면 좋겠어요. 또한 모임에서 그치지 말고 생산한 담론들을 평생교육 현장에 적용하고 널리 공유하는 후속작업도 함께 고민했으면 합니다. 공부해서 남 주는 일이요.

 

 

정성원: 공부모임이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합니다만 향후 은평구평생학습관을 운영함에 있어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습니까.

김미윤: 관장을 맡아 은평구평생학습관을 운영한 지 2년째 접어들었습니다. 은평에 들어와 일한 지는 이제 곧 5년이 됩니다. 은평이라는 공간은 언제나 제게 도전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처음 2년 정도는 신생기관이 동네에 뿌리내리고, 저 역시 한 사람의 활동가로 자리 잡는데 온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그 후 2년은 신규 평생학습도시로서 자리 잡는데 정성을 다했고요. 이제야 뭔가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 생깁니다. 시민교육 공부모임은 그런 저의 비전과 생각을 점검하고 계획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지역의 평생학습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현장의 활동가는 주민들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 이런 생각들을 하나하나 풀어 가는데 시민교육이라는 화두가 좋은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주대학교 김민호 교수》

 

이슈4_김민호교수.jpg정성원: 시민교육 측면에서 평생학습기관들이 어떤 자세와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요.

 
김민호: ‘연대하고 참여하는 시민’ ‘민주적 시민’은 특정 시민교육 프로그램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시민교육은 앎과 실천이 함께 할 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학습자에게서 앎과 실천의 통합을 이끌어 내려면 학습자와 대면하는 교육자, 그리고 평생학습기관 실무자들 자신이 ‘모범적 삶의 자세’를 우선적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교육자나 실무자들이 스스로 연대하고 참여하는 시민, 민주적 시민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최소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학습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째, 교육자와 학습자와의 관계에서, 그것이 교양교육이든 직업훈련이든 아니면 시민참여 프로그램이든, 동등한 입장에서 상호 존중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의 학습자들을 무시하거나 이들이 지닌 ‘경험적 지식’을 미개한 것으로 간주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학습자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들으려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둘째, 학습자나 교육자가 자신의 일상적 경험 안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넓은 시야를 획득하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을 안의 작은 봉사활동부터 시작해서 이웃 마을, 우리나라, 그리고 이웃 나라 먼 나라로 연대의 정신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론적 지식’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학습자와 교육자를 둘러싼 사회에 대한 객관적 이해, 그리고 다른 평생교육기관, 다른 나라의 시민교육 전통과 활동에 공부가 요구됩니다.

 

 

 

정성원: 왜 기관장들이 공부모임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김민호: 지난 10여간 중앙정부의 평생학습도시 조성 정책으로 기초지자체 곳곳에 평생학습관이 들어서고 지방자치의 확산과 함께 읍면동 단위에서 주민자치센터가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지역주민들의 학습기회기 크게 확대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평생교육의 양적 확대만큼 질적 성숙은 뒤따르지 못한 편이었습니다. 지역 주민 대상 프로그램이 대체로 초보적인 취미교양이나 취업 준비에 머물 뿐, 주민의 자치와 참여 역량을 배양하는 데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반면에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활동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크게 성장, 진화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시민들의 창의적이고도 다양한 활동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합니다. 이에 지자체 평생교육기관장들이 지자체 단위로 실시해 오고 있는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시대적 적합성에 대해 성찰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난 세월호 사건이 우리 사회가 서 있는 자리, 나가고 있는 방향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평생교육 분야에서도 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이 한결 높아졌다고 봅니다.

 

 

 

정성원: 기관장들이 시민교육에 관해 공부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김민호: 지금은 주로 경기 지역 기초지자체 평생교육기관장들이 모여 서로의 정보와 생각을 공유하며, 우리 시대의 시민교육의 방향과 과제를 모색 중에 있습니다. 우선, 해당 기관이 자체적으로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해당 기관에서 학습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법 탐색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또한 시민교육 공부를 통해 해당 기관의 잠재력과 한계를 발견하는 데도 도움을 될 것입니다. 나아가 평생교육 기관장 간 인적 네트워킹이 형성되어 경기 지역은 물론 우리나라 시민교육 성숙의 이론적, 실천적 토대를 건설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성원: 학자로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참여하는 것의 개인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김민호: 평생교육을 공부하는 학자로서 늘 현장에 대한 이해의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현실적 여건 속에서 나름대로 애쓰시는 현장 기관장과 실무 책임자들의 얘기를 통해 현장 감각을 얻고 평생교육에 대한 이들의 헌신적 노력과 열정, 애로사항 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자체라는 정치적 상황과 관료조직이라는 행정적 속성 안에서, 그리고 평생교육의 전문성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공공 평생교육기관이 시민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으며, 또 어떤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합니다. 이 공부모임이 학자와 실무자의 ‘협력 학습’으로 발전 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자생적 평생학습 이론 탐색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정성원: 공부모임을 통해 해당 기관의 변화 이외에 평생학습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김민호: 물론입니다. 우리 시민교육 공부모임의 결과, 해당 평생교육기관에서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구안하고 지역 주민의 학습 참여를 독려하는 방안을 강구함은 물론, 시민교육의 지평을 다른 기관,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장함으로써 보다 보편적인 의미의 시민교육 모형을 구안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여건에 비추어 볼 때, 지자체 평생학습기관과 시민단체가 연계한 시민교육 모형 정립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시민교육 공부를 통해 시민교육과 교양(인문)교육, 시민교육과 예술교육, 시민교육과 직업교육 등의 내적 연관성을 파악함으로써 우리나라 평생학습 전 영역에서 시민교육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정성원: 좌장으로서 시민교육공부 모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김민호: 이미 앞서 부분적으로 언급했다고 봅니다. 우선, 해당 평생교육기관의 여건을 중심으로 시민교육의 구체적 실천 방안을 모색하되, 보다 폭넓은 지평 속에서 시민교육의 보편적 모형에 대한 이해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해당 지자체 지역 주민으로서의 공동체 의식, 자치 역량 강화만이 아니라 보다 넓은 지역의 주민과 연대하고 소통하며 참여할 수 있는 시민성 함양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또 지역 단위에서 공공 평생교육기관과 시민사회단체가 협력하는 시민교육 실천 모형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시민교육과 인문교양교육, 시민교육과 문화예술교육, 시민교육과 직업능력훈련, 그리고 시민교육과 노동자·농민·도시빈민 교육 등과의 연계 방안도 탐색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시민교육의 주도자로서 실무자들의 교육자적 자세 정립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시민교육을 해당 평생교육기관의 하나의 교육 사업으로 바라보며 사업의 성과를 내거나, 시민교육을 시민운동의 한 수단으로 간주하여 사람의 변화보다 사회변화에 치중함으로써 사람의 성장을 놓치지 않길 희망합니다. 평생교육의 일환으로서 시민교육은 제도교육과 다르고 시민운동과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글_정성원(수원시평생학습관 관장)

페이스북 트위터
이전글 지방재정법 개정에 따란 지방보조금 운영 지침(2015년)
다음글 ‘민주적 사회통합’을 위한 민주시민교육의 원칙에 대한 모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