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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자&GO] '눈물 많은 무당' 시민활동가ㅣ김진우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6/07/19
첨부 첨부파일아이콘 함께가자NGO(제천환경운동연합 김진우 사무국장).pdf
조회 1487

[함께가자&GO] '눈물 많은 무당' 시민활동가ㅣ김진우

 

언젠가 충북 제천지역 주재기자로 지냈던 한 기자가 김진우(47) 제천환경운
동연합 사무국장을 “제천이라는 시민사회단체의 불모지에 홀로 던져진 고독한
투사”라고 묘사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김진우 사무국장을 만나본 수많은 사
람들이 수식어는 다르지만 비슷한 의도로 그를 평가한다. 2004년 제천단양 주
민 집단공해병 발생에 따른 피해자 법률구제활동, 2010∼2012년 제천시 수산
면에서 촉발된 석면피해구제법 및 석면안전관리법 제정운동, 2013년 제천영육
아원 실태 고발 및 내부고발자 피해 구제활동, 2014년 제천 대일택시 부당해고
자 구제활동 등 모두 김진우 사무국장이 직·간접적으로 제천지역에서 써내려간
발자취다. 그는 제천환경련 사람이지만 이곳에서는 민주노총, 저곳에서는 참여
연대, 그곳에서는 경실련 사람처럼 활동한다. 그가 이처럼 다양한 영역을 넘다
드는 활동을 벌일 수 있는 데는 그의 관심영역이 그만큼 넓기 때문일 것이다. 혹
자는 제천·단양 지역에서 이러한 시민활동을 할 수 있는 인물이 그밖에 없기 때
문이라고도 한다.
 

 

(중략)

 

 

“맞아.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어. 작년에 이런 일이 있었어. 한 중국 유학생이
제천의 모 제조업체에 일을 하다가 손가락이 잘렸어. 당시 그를 고용한 용역회
사가 뭐라 그랬냐면 오히려 넌 그동안 노동해서 돈을 벌었으니 이제 추방시키
겠다. 걔네들은 그런 식으로 나와. 결국 2주가량 싸워서 보상 받게 해줬지. 회
사 대표도 사과를 하고 말이야. 내 활동은 항상 이런 식으로 제보자가 나타나
면서 시작돼. 왜 환경련이 이런 활동도 하냐고 물을 때가 많아. 그럴 때면 난 생
태적 사회를 꿈꾸기 때문이라고 말해. 자연과 사회가 조화로운, 사회 안에서도
건강한 생태가 형성되는 것 즉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게 꿈이니까 그 역할을
하려다 보니 영역 구분이 없어져 버린 거야. 어떻게 보면 환경련 분야를 넘어간
것도 있지만 사회든 자연이든 서로 건강하게 어울려야 하거든. 건강한 공동체
를 지속시키거나 복원하는 건 환경련의 의무 중 하나라고 생각해.”

 

(중략)

 

2005년인지 2006년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 아이들하고
생태체험 행사를 하러 제천 인근의 작은 산에 올랐지. 산 속에서 아이들과 길을
걷는데 벌레들 우는 소리가 분명 저 멀리서 들렸는데 우리가 그 곳을 지나갈 때 쯤 되니까 그 소리가 안 들리는 거야. 아무 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마치 벌레
들이 마치 ‘우릴 해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기운이 감돌았어. 그때 왜 그
랬는지 잘 모르겠어. 분명 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그리고 느끼지 못했던 소리였
어. 그리고 나서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숲에 있는 벌레와 새들을 향해 “얘
들아 괜찮아. 겁내지 마. 잠시 구경만하고 갈게.”라고 말을 혼자 중얼거리고 있
더라고. 또 그날 숲에 같이 왔던 아이들 중 한 명이 앙상하게 말라죽은 도롱뇽
의 시체를 발견했는데 그걸 보고 너무 서럽게 우는 거야. 아마 불쌍해서 그랬겠
지. 아이들이 그 작은 도롱뇽 시체를 보고 우는데 나도 덩달아 마음이 아프더
라고. 예전에는 그런 거에 무관심했거든. 그런데 환경련에 들어와 활동하면서
그런 경험들이 쌓였던 거지. 평생에 걸쳐 가장 감명 받은 순간의 경험을 환경련
활동을 하면서 했어. 그때 당시 들었던 소리와 감명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
야. 그래서 인간 김진우를 돌아보는 것보다 제천환경련 김진우 사무국장으로
돌이켜볼 때 더 많은 기억이 남는 것 같아.”

 

(중략)

 

하지만 어떤
일이 발생하면 지자체들이나 공공기관들이 책상 위에서 그냥 지시만 내리기 바
빠. 무엇이 제일 긴급하고 필요한지 매뉴얼도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은 거지. 그
러니까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는커녕 오히려 얼렁뚱땅
문제를 축소·은폐하기 바쁜 거야. 참 답답해. 정리하자면 어떤 문제가 지역에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건 생물학적 혹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보호장치가 있느냐지. 그게 지자체의 역할이야. 그게 안 되면 약자들은 그 피해
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어. 하지만 지자체가 과연 그러냐는 거야. 오히
려 왜곡된 관점을 관철시키려 하지.”
아직 하지

 

 

(중략)

 

“먹고사는 문제? 하하하. 갑자기 자신이 없어지는데. 맨날 빚에 허덕이고 있
어. 예전에 사업할 땐 좀 넉넉했는데 이 판에 들어오면서 상황이 바뀌었어. 한
달에 집에 줄 수 있는 돈이 한 60만∼70만 원 되려나. 교통비, 전화비 등 빼면
결국 얼마 안 되는 돈이지. 매달 사무실 운영도 쉽지 않고. 시민활동도 돈이 없
으면 힘들지. 현수막 하나 만드는 것도 돈이고 제천 석면 문제 제기할 때도 시
료채취해서 분석하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했어. 그래도 어쩌겠어. 그런 경제적인
부분도 잘 해결하는 게 시민활동가에게 필요한 덕목 중 하나인 것을. 혼자 해
결한다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후원자, 회원 등에게 도움을 청해서 함께 해결
하는 거지. 사실 시민활동을 시작한 뒤 가장 미안한 것은 어떤 역할을 잘 못한
다는 거야. 아빠 노릇, 친구 노릇, 아들 노릇. 명절 때 부모님께 선물이라도 사
드리고 해야 할 텐데 이런 노릇을 못하는 거야. 답답하지.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고민을 해. 하지만 시민활동가 역할을 하면서 경제적인 부분까지
함께 해결한다는 건 거의 초인적인 역량이 필요한 것 같아.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제 슬슬 다음 세대 활동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어. 다음에 누군가가 내 대신
활동을 할 사람이 와야 할 텐데.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이
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시민활동가들이 하는 고민이지. 그러니까 사람들이 시
민활동가에게 바라는 모습이 있거든. 도덕적이고 공정한 모습. 마치 청교도같
은 청렴함을 기대하지. 하지만 그들도 시민활동을 하지만 때때로 친구들과 만
나서 술 한 잔 마시면서 낄낄댈 수 있는 ‘사람’이거든. ‘사람’. 사람이기에 지금
보다 더 아름답고 예쁘게 살고 싶은 욕구가 분명 있어.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외면하지. 심지어 그들이 받는 경제적 고통에 대해서도 일부러 보려하지
않아. 어떤 부분에서는 그런 대중들의 요구 때문에 시민활동가들 스스로 자신
을 옥죄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일종의 천사 딜레마지.

 

말이야. 직
장인인 거지. 하지만 사회가 그렇게 보고 있지 않지. 오히려 더 열악한 노동환
경으로 몰아가면서 그들에게 천사의 이미지를 강조하잖아. 시민활동가들도 그
런 천사의 딜레마에 빠져버리면 힘들어진다고 봐. 시민활동가도 생활인이야. 이
걸 놓쳐서는 안 돼.”

 

(중략)

 

김진우 사무국장의 NGO활동가론을 다시 물었다. 그는 전문성보다 상식적
인 감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려움에 닥친 사람들과 같이 슬퍼하고 분노
하고 싸우는 그런 감성이 가장 요구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현장을 지키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고 당사자를 제자리로 돌아가게 해주는 사람이 돼야 한
다는 게 그의 NGO활동가론의 핵심이었다.
 

김 사무국장의 향후 계획은 ‘사회적 경제의 틀 속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
는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 세대를 위한 대안 경제의 틀을 마련하고
싶어서 그렇다고 했다. 또 마을연구소를 설립,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는 방법을
연구하고 싶다고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을 공동체에 속할 수밖에 없는데 최
근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그 마을에 활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
다. 공동체가 조화롭게 지내기 위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연구해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롤모델이 될 마을을 직접 건설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후배 NGO활동가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고 말했다. NGO활동을 예쁘게 하지 말라는 게 김 사무국장의 얘
기였다.
“후배들이 예쁜 운동만 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 간단하게
예를 들어 어떤 캠페인을 한다고 가정해보자고. 예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그것을 이해시키느냐가 활동의 핵심이었다면 요
즘 후배들은 예쁜 디자인, 퍼포먼스 등을 고민하더라고. 대중과 친숙해야 하는
건 맞지만 예뻐 보이려 노력하는 걸 NGO활동의 전부라고 할 수 없어. 후배들
이 활동해야 하는 곳은 평화로운 곳이 아니라 갈등과 문제가 혼재된 진흙탕 같
은 곳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 곳이 춥고 배고프고 아플 수
있어.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헤쳐 나가길 주문하고 싶어. 그게 우리의 자리
니까. 하지만 그런 활동에 따른 보상은 없어. 하지만 청소부에게 깨끗한 곳에
서만 청소하라고 할 수 없는 거잖아. 우리 사는 세상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갈
등이나 공권력이 부당하게 개인을 침해할 때 NGO활동가들이 필요해. 그곳은
결코 평화롭고 안정적이지 않아. 치열한 곳이지. 이건 강요라기보다는 일종의
소명의식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중략)

그는 시민활동을 ‘제자리 찾기’라고 정의했다. 사회구조 속에서 제대로 작동
되지 않는 부분을 찾아 이를 바로 잡아주는 역할인 셈이다. 그 자신도 ‘지역공
동체를 지키는 데 발버둥을 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기 위해서 시민활
동가는 보편타당하면서 상식적인 사람이 맡아야 하고 자신의 일에 대한 소명의
식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서는 사회 최일선인 ‘현장’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활동은 그 현장을
바꾸는 작업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시민활동가론의 핵심이었다.

 

(중략)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에게 든 이미지는 ‘눈물 많은 무당’이었다. 지역에서 상
처받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그로 인해 그 문제를 고발해야 하는 그는
어쩌면 ‘지역사회의 무당’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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