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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자&GO] 인권은 경계를 가르지 않는다ㅣ조광복 상세정보
[함께가자&GO] 인권은 경계를 가르지 않는다ㅣ조광복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6/07/19
첨부 첨부파일아이콘 함께가자NGO(청주노동인권센터 조광복 노무사).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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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자&GO] 인권은 경계를 가르지 않는다ㅣ조광복

 

 

“노동인권센터는 노동인권 상담, 법률지원 그밖에 노동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활동을 벌임으로써 이 사회에서 여전히 홀대받고 있는 노동자의 노동인권을 드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가운데 비정규 노동자, 이주 노동자, 성불평등 노동자, 장애인 노동자, 중소·영세·미조직 노동자, 실업 노동자와 같은 취약 노동자의 권리 옹호를 가장 앞선 책무로 삼는다.”

 

(중략)

한 번의 거절, 또 한 번의 인터뷰 실패 이후 저녁 만남이 잡혔지만 전제가 따라붙었다. 자신을 노동법 전문가나 인권 활동가 내지 조직 활동가로 봐 주지 말아달라는 당부였다. 또 ‘지극히 사적인 고통을 겪었던 20대의 삶’은 밝히지 않겠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중략)

 

‘내가 이른바 진보냐 보수냐 혹은 그 사람이 어떤 사상을 갖고 있느냐를 가리지 않고 노동자를 지원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인권은 경계를 가르지 않는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 나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경계를 가르고 낙인찍기를 선동하는 무리들이 권리를 억압받는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을.’(충청리뷰, 2013. 11.)

 

(중략)

 

그는 상담을 ‘변화의 씨앗을 품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부당 해고 이후 법적인 도움을 받아 복직했다면 그것도 변화요, 노동조합을 만들어 억눌린 현실을 바꾸는 것도 변화, 좌절을 맛보는 것도 변화이니 상담을 받은 인연으로 삶이 좀 더 나아졌다면 그 과정 자체가 변화의 씨앗을 품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모든 일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속된 말로 뒤통수를 치는 사람도 있었고, 절박한 상황에서 돈 몇 푼에 회사와 합의를 하고 도망치는 사람, 돈을 떼어먹는 노조간부들도 적지 않았다. 초기엔 회의감도 들었지만 그마저도 세상살이의 일부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중략)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없으니까 함께 책임져 달라고 오는 것이거든요. 어느 순간까지는 온전하게 제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한 번으로 끝낼 상담이 있는 반면에 일정기간까지 책임을 져줘야 하는 상황이 있는데 그런 경우 전력투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온몸을 던져서 책임을 져줘야 합니다. 책임을 져야 할 일이 발생했을 때 그때의 몰입은 비정상적으로 강해집니다.”

 

청주에 정착한 이후 책임진 사안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KT인력퇴출프로그램 관리자 양심선언과 피해 노동자 지원, 아세아제지 정리해고 노동자 복직,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해고자 복직 및 정상화, 청주시 불법도급택시 근절 및 해고노동자 복직, 동일운수 노동자 인권침해 해결을 위한 단식투쟁, 초정노인복지재단 요양보호사 집단해고 복직, 제천제일택시 집단해고 노동자 복직, 각종 사회복지시설 노동자 실태조사와 대안제시 등 연간 800여 건이 넘는 노동인권 상담과 법률지원을 하며 취약한 노동자와 고락을 함께 했다.

 

(중략)

 

10년이 넘는 노동 상담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노동조합 싸움은 쪽수가 중요하지만, 공공의 명분을 움켜쥔 싸움은 포기하지 않는 소수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거기에 공감하는 다수가 작은 힘 하나씩만 보태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바둑에서 손 따라 두면 진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아무리 기발한 전술을 짜낸다 해도 상대가 만들어놓은 구도 속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구도 속에 들어가는 순간 손 따라 두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로 우리의 구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상대가 손 따라 두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의명분으로 강자를 에워싸고 그들이 구도를 짜기 전에 먼저 구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구도는 바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불변의 법칙입니다.”

 

(중략)

 

올해 초, 조광복 노무사는 동범 최병준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동범상 11회 수상자(시민운동가 부문)가 됐다. 기쁠 법도 한데 특별한 감회는 없다는 심심한 대답이 돌아왔다.
“활동가들에게 왜 상을 주는지 모르겠어요. 시민사회에 뚜렷한 일을 했거나 존경받을 만한 일을 했거나, 예를 들어 용기가 필요한 내부고발자라든가 그런 시민들에게 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상을 받은 것은 무척 감사하지만 시민들이 아니라 활동가들에게 상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중략)

 

무모하다 싶은 일에 발을 담근 지 15년째, 그는 노동 상담이 팔자인 것 같다고 했다. 전망이 없어 보일 때도 많았지만 언제나 지혜와 정성과 행운을 기대하며 단 한 발짝도 전력투구를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노동자들과 항상 함께 했고 그들의 든든한 지원자가 됐다. SNS에 옮겨 적은 임꺽정 만화의 글귀는 조광복 노무사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엿보게 한다. “산 높은 곳에 있으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숨결을 들을 수 없다.”

 

 

(중략)

 

“좋은 쇠는 뜨거운 화로에서 백 번 단련된 다음에 나오는 법이며, 매화는 추운 고통을 겪은 다음에 맑은 향기를 발하는 법이다.” 
백련강의 가르침을 받은 조광복 노무사가 지금보다 더욱 단단하고 고요해지기를, 그리하여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든든하고 좋은 벗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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