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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활동사례자료집] 보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 (민들레희망연대 구금회 대표)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1/02/23
첨부 조회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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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 (보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2018 나눔상)

민들레희망연대 구금회 대표

 

보은군 보은읍 뱃들공원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 있다. 그 뒤로는 기림비와 건립문과 함께 세워져 있는데 소녀상 건립에 성금을 낸 513명의 이름과 160개 단체명이 기록되어 있다. 보은 주민으로서 속리산에 거주했던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의 상도 돌에 새겨져 있다. 지난 2017년 10월 보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관이 힘을 더해 이곳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했다.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치유하고 청소년들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지니도록 하자는 대의에 뜻을 모은 것이다. 여기엔 보은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의 모임인 민들레희망연대 구금회 대표의 역할이 컸다. 오랫동안 지역 시민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활동가이자 현직 역사교사이기도 하다. 구금회 대표는 보은에 본격적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움직임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학생들과 자발적으로 건립을 준비했다. 이후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해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결집한 보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아 뜻깊은 작업을 완성했다. 최근엔 소녀상 건립에 협력했던 정성혁 군수가 ‘친일망언’으로 물의를 빚자 주민소환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구금회 대표를 만나 보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 운동의 성공과 지속 가능한 지역 시민운동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Q. 역사교사로 40년 가까이 근무해오면서 동시에 시민사회 활동가로서 적극적으로 지역 문제에 참여하고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교사로서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생 시절 80년 광주항쟁을 경험하면서 내가 역사라고 배우는 것들이 반드시 진실은 아니구나, 현대사를 피부로 체감했다. 내가 교사가 되어서도 학생들에게 거짓말은 가르치면 안 되겠다 하는 가치관이 형성되었고, 나아가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갈등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Q.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심을 두고 보은에 소녀상을 건립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전개한 이유가 있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언제 다시 이런 전쟁을 다시 겪을지 모르니,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늘 강조해왔다. 학생들과 보은에 거주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를 찾아뵙기도 했다. 학생들과 현실 문제가 된 역사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고 해결할지 고민했다. 처음엔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온 삶의 기록을 책으로 만들었다. 할머니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역사가 현실 속에서도 지속하고 있구나! 자각한 것 같다. 학생들과 더욱 직접적인 방식으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방식을 찾았다. 이전부터 다른 지역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역사는 다름 아닌 현실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역사를 잊지 않고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보은 지역에도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기로 했다.

 

Q. 처음에 교사와 학생이 중심이 되어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소녀상은 어떻게 세워졌나

처음엔 외부의 지원이나 협조를 구할 생각도 못 했다. 직접 제작할 계획도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든 치유 인형과 브로치 등을 판매한 수익금을 모았다. 인근 상주시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는 모습을 보고 그 과정에 참여한 관계자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 무렵 보은에도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군수도 관심을 보였고 지역의 여러 사회단체도 뜻을 모아 건립 운동에 합류했다. 보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가 결성되어 1억 원 가까운 금액을 모금했다. 결과적으로 민과 관이 협력하여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할 수 있었다.

 

Q. 민과 관의 협력은 물론, 지향점이 다른 단체들도 협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우려와 달리 큰 갈등은 없었다. 관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덕분이다. 군수의 행보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이는 지역 단체들도 원만하게 협조했다. 정치적으로 다른 동기를 지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평화의 소녀상을 보은에 세운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오히려 우리와 비슷한 성향의 단체들만 주축이 되었다면 여러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다. 모금과 건립까지 일사불란하게 이뤄진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하위권 수준인 보은에서, 민과 관, 그리고 다양한 정체성의 시민사회 구성원이 함께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는 점이 큰 성과다.

 

Q.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통해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의 적절한 관계 설정도 중요할 것 같다.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추진하는 사업과 정책에 대해 관이 주민을 설득하는 노력과 과정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하는 구조가 중요한데 그렇지 못하다. 소통 없는 행정이 반복될수록 주민은 행정에 대한 불신과 반감을 쌓을 수밖에 없다. 관에서 시민사회를 무조건적 비판자, 대립하는 항으로만 여기지 않고 의견을 공유하는 상대라는 인식만 형성해도 갈등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어떤 사안이 누구에게 이익인지를 따지기 이전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도록 보다 활발하게 공유하고 소통하는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특수한 사례다. 다양한 욕구를 지닌 주체가 협력하여 하나의 목표를 달성했다. 아마 군수를 비롯한 보수적 시민단체의 정치적 이해에도 부합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다만 군수가 소녀상 건립문에 자신의 이름을 넣으려는 시도는 문제를 제기하여 막았다. 군민 모두가 힘을 모은 활동을 자신의 치적으로 만들려는 시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양보해서는 안 될 마지노선을 분명하게 정해놓고 그 안에서 상대의 이해관계를 파악하여 유연하게 협상하는 태도가 목표 달성에 유용할 때도 있다.

 

Q. 보은과 같은 농촌 지역은 인구 규모도 작고, 내부의 네트워크도 오랫동안 형성되다 보니 친소관계, 이해관계 등으로 폐쇄성을 보일 것 같다. 이런 점이 지역 시민사회 운동에 어려움으로 작용하지는 않는가. 비롯되는 어려움은 없나

어려움은 있다. 지역 시민사회의 외연을 확장하기 어렵고, 눈치를 봐야 할 대상들도 너무 많다. 이웃집 젓가락 수도 안다는 표현처럼 지역은 특히 좁다. 내가 옳다고 여긴 어떤 활동이 이웃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친소관계나 이해관계를 따지기 이전에 옳고 그름을 먼저 따지는 원칙이 중요하다. 많지 않아도 우리의 활동에 동의하고 공감하는 주민들,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지역 곳곳에 퍼져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Q. 지역은 시민사회를 고민하기 이전에 소멸을 염려해야 한다는 자조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지역 시민사회는 지속될 수 있을까

밝은 전망을 하기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진실에 따라서 옳고 그름에 대한 원칙을 세우려는 사람들은 늘 있다. 때로 지역을 떠났던 청년들이 다시 돌아와 크고 작은 활동에 함께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지방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 시대 삶의 중심지는 도시가 아니라 농촌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한다.

 

Q. 30년 가까이 지역 시민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교사라는 본업에 충실했던 것 같다. 늘 교사로서 해야 할 역할 다음에 사회참여와 시민운동을 고민했다. 본업에 소홀하면서 사회에 참여하는 건 본질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함께 활동해 온 동료들도 그렇다. 내가 학교에서 얻는 즐거움과 보람을 사회에 환원하는 취지도 있다.

 

Q. 끝으로 지역에서 공익활동을 계획 중이거나 관심 있는 시민사회 활동가와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작은 용기와 그에 따르는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 작은 것을 함부로 여기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되는데 우선 내 옆의 이웃과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것부터 하자. 거창하게 생각하면 어렵다. 작은 실천이 내가 사는 지역을 조금이라도 바꾸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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