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봉의 에세이]다시 4월 상세정보
[류지봉의 에세이]다시 4월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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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봉 충북NGO센터장

무심천변 벚꽃이 만발하는 4월이 시작됐다. 기상예보에 따르면 이번 주말에 가장 멋진 벚꽃구경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성질 급한 벚꽃나무 한그루는 봄기운을 참지 못하고 진작에 찬란한 꽃송이를 활짝 피우고 벌써 꽃잎을 다 떨궜다는 소식이 들린다.

요즘엔 일교차가 15℃ 이상 나는 날이 많다. 아침에는 쌀쌀하지만 오후에는 볕이 좋아 야외활동을 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점심식사 후 무심천변을 걸으며 활짝 핀 벚꽃나무를 감상하는 일이 바쁜 일상에 작은 쉼이 된다. 벚꽃이 피고 지면 진달래, 철쭉, 배꽃이 필터이고 모든 산은 옅은 초록의 청명한 빛깔로 물들 것이다. 자연의 봄맞이에 사람들의 마음도 표됐도 밝아지길 바란다.

미국의 유명 시인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발표한 이 시에서 그는 겨울 지나 새봄이 오면 겨우내 잠자던 만물들은 긴 잠에서 깨어나 활발하게 활동하는 재생과 부활의 기쁨이 있건만 오직 현대 인간들의 문명은 황폐화하여 4월의 새 봄이 오더라도 결코 새로운 생명을 피워낼 수 없는 희망 없는 황무지와 같다고 비관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신동엽 시인은 껍데기는 가라는 시에서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말하며 4.19 혁명의 민주화와 통일의 열망이 계속되기를 바랐다. 허위, 가식, 부정적 세력, 화합을 가로막는 무력이나 통일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은 모두 물러나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기를 소원했다.

 


지금 우리가 맞이하는 4월은 마냥 봄기운에 취해도 좋은가? 온 세상천지가 새로운 생명 탄생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던 그 봄날에 300여명의 꽃다운 생명이 스러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겪은 그 날의 기억이 또렷하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다짐하며 세월호 5주기를 맞는 지금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왜 급변침을 하게 됐는지, 구조당국은 세월호 침몰 후 왜 단 1명도 구조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라는 한 마디로 사람들을 배에 가두고 배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한 어떤 시도도 없었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일이 왜 벌어졌는지 아직도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얼마전 툭별조사위원회는 세월호 참사 증거자료인 CCTV와 디지털영상저장장치의 조작, 편집 의혹이 있다고 발표했다. 올 12월로 활동이 끝나는 특별조사위원회 2기에서는 그 동안의 수많은 미스테리가 풀릴 수 있을 것인지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이다.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는 세월호 문제뿐만이 아니다. 성상납 강요와 폭력에 시달리던 배우 장자연씨의 사망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 코리아나 호텔 사장 부인의 사망 사건, 유명 연예인의 몰카와 성폭력 사건, KT 특혜 채용 사건 등 하루가 멀다고 대형 사건이 터지고 있다. 이 사건들이 각기 다른 사건이기는 하지만 하나의 코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유착' 이다. 경찰, 검찰, 언론, 정치권, 재벌이 하나로 연결되어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오랫동안 한국사회에 쌓여있던 폐단들을 말끔히 씻어낸다는 비장한 각오로 적폐청산에 임해야 한다. 쌓인 적폐가 단단하고 질겨서 어렵고 지난한 과정이 될 지라도 끈질기고 집요하게 대해야 한다. 정의로운 우리 사회를 위해 정부와 시민들 모두 지치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맞을 아름다운 4월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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